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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별 내 안의 새들 (지영희 시집)
지영희 저 | 북인 | 20201201
원 → 8,100원
소개 별의 빛으로 아주 작고 겸손한 새의 노래 부르는 지영희 시들
1994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하여 2001년 첫 시집 『사람이 두렵습니다』를 선보였던 지영희 시인(한국화가)이 20년 만에 두 번째 시집 『가까운 별 내 안의 새들』을 현대시세계 시인선 124번으로 출간했다.
지영희 시인은 「시인의 말」에는 “19년간 떠돌아다니던 내 시들”이라고 적었다. 그렇다, 사실상 『가까운 별 내 안의 새들』은 시인의 첫 시집이 상자된 지 정확히 19년 만에 나오는 두 번째 시집이다. 첫 시집에 등장하는 ‘별’과 ‘새’의 이미지는 이번 시집에서는 제목의 자리에까지 자신들의 벌판과 둥지를 마련하게 되었다. 이 ‘가까운 별’과 ‘내 안의 새’가 바로 빈 둥지를 남겨두고 백두대간을 넘었던 첫 시집에서의 그 별과 새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기에 새와 별의 지난 19년 세월의 이력과 연유를 살피는 일은 곧 첫 시집과 두 번째 시집 사이의 연속과 단절을 따져보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가까운 별 내 안의 새들』에서 ‘별’은 지금은 사라진, 그리운 모든 아름다운 대상들에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시인은 “별이 되고 싶냐구요?/ 그립죠”(「어머, 늙나 봐」)라거나 “그냥 별이 되는 거지 어둠이 오든 빛이 오든 그냥 그 자리를 지키는 거야/ 혹시 알아 존재만으로 희망이 될지”(「새벽별」)라고 노래했다. 모든 별들이 빛을 내지만, 그 빛이 별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모든 별은 광원으로부터 자신이 받은 빛을 반사하고 나눔으로써 비로소 별이 된다. 별의 빛은 나눔으로써만 실현되는 것이다.
지영희 시인의 상상 속에서 별이 검은 색을 가져야 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하늘을 나는 새가 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새가 반짝이는 빛을 갖는다면, 그것 또한 허공에 붙박인 별이 되어야 마땅하다. 시인의 시세계에서 새와 별은 둘이 아니다. 새는 하늘을 나는(운동하는) 별이고, 별은 허공에 붙박인(정지한) 새다. 시집에서 그것들은 상호 교환 가능한 동일한 이미지의 변주로 이해된다. 그리고 이 이미지들이 상징하는 바는 아마도 지금은 상실된 고향(‘벌판의 빈 둥지’)을 지시하는 ‘희망’과 ‘자유’의 이념(“왜 새들을 희망이라 하고/ 자유로움을 새로 노래하는지”) 같은 것이리라.
이제 그 별의 빛으로 시인은 아주 작고 겸손한 목소리로 새의 노래를 부른다. 새가 부르는 그 별의 노래를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의 노래라고 불러도 좋은 이유이다. 그리고 이 사랑의 노래가 시인에게는 바로 시였던 것이리라. 세찬 바람의 저항이 새를 날게 하고 밤하늘의 어둠이 별을 빛나게 한다면, 그 사랑은 또한 세월의 아픔과 상처 속에서 정련된 것일 테다. 시인에게는 그 아픔과 상처의 영광에 주어진 이름이 바로 사랑이고 시였던 것이다. 그것은 “단 한 단어/ 온몸이 담긴 단 한 개의 언어”(「베보 발데스」), 바로 ‘사랑’으로 된 시이다.
국제표준 도서번호(ISBN) : 979116512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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